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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信时代불신시대박경리  9·28수복전야에진영(塵纓)의남편은폭사했다.남편은죽기전에경인도로(京仁道路)에서본괴뢰군의임종(臨終)이야기를했다.아직나이어린소년이었다는것이다.그소년병은가로수밑에쓰러져있었는데폭풍으로터져나온내장에피비린내를맡은파리떼들이아귀처럼덤벼들고있더라는것이다.소년병은물한모금달라고애걸을하면서도꿈결처럼어머니를부르더라는것이다.그것을본행인(行人)한사람이노상에굴러있는수박한덩이를돌로짜개서그소년에게주었더니채그것을먹지도못하고숨이지더라는것이다. ...

不信时代
불신시대박경리  9·28수복전야에진영(塵纓)의남편은폭사했다.남편은죽기전에경인도로(京仁道路)에서본괴뢰군의임종(臨終)이야기를했다.아직나이어린소년이었다는것이다.그소년병은가로수밑에쓰러져있었는데폭풍으로터져나온내장에피비린내를맡은파리떼들이아귀처럼덤벼들고있더라는것이다.소년병은물한모금달라고애걸을하면서도꿈결처럼어머니를부르더라는것이다.그것을본행인(行人)한사람이노상에굴러있는수박한덩이를돌로짜개서그소년에게주었더니채그것을먹지도못하고숨이지더라는것이다. 남편은마치자신의죽음의예고처럼그런이야기를한수시간후에폭사하고만것이다. 남편을잃은진영은1·4후퇴때세살먹이아이를업고친정어머니와같이제일마지막에서울에서떠났다.그러나안양(安養)에이르기도전에중공군이그들을앞질렀고,유우엔군의폭격밑에놓였다.수없는피난민이얼음판에거꾸러졌다.피난짐을끌던소는굴레를찬채둑밑으로굴렀다.피가철철흐르는시체옆에아이가울고있었다.진영은눈을가리고달아났던것이다. 악몽과같은전쟁이끝났다. 진영은아들문수(文秀)의손을잡고황폐한서울로돌아왔다.집터는쑥대밭이되어축대조차찾아볼수없었다.진영은잡풀속에박힌기왓장밑에서물씬물씬무너지는책한권을집어들었다.『프랑스文學의展望』이라는일본책이었다.이책이책장에꽂혔을때--순간진영의머리속에그러한회상이환각(幻覺)처럼지난다.진영은무심한아이의눈동자를멍하니언제까지나바라보고있었다. 문수가자라서아홉살이된초여름진영은내장이터져서파리가엉겨붙은소년병을꿈에보았다.마치죽음의예고처럼다음날문수는죽어버린것이다.비가내리는밤이었다. 일찍부터홀로되어외동딸인진영에게붙어서살아온어머니는내가죽을것을,하며문지방에머리를부딪치는것이었으나진영은허공만바라보고있었다. 아이는앓다가죽은것이아니었다.길에서넘어지고병원에서죽은것이다.그러나그것뿐이라면차라리진영으로서는전쟁이빚어낸하나의악몽처럼차차잊어버릴수있는일이었는지도모른다.그러나그것이아니었다.의사의무관심이아이를거의생죽음을시킨것이다.의사는중대한뇌수술(腦手術)을엑스레이도찍어보지않고,심지어는약준비조차없이시작했던것이다.마취도안한아이는도수장(屠獸場)속의망아지처럼죽어갔다.그렇게해서아이를갖다버린진영이었다. 바깥거리에는솨아!하며밤비가내리고있었다. 누워서멀거니천정을바라보고있는진영의눈동자가이따금불빛에번득인다.창백한볼이불그스름해진다.폐결핵(肺結核)에서오는발열(發熱)이다. 바깥의빗소리가줄기차온다. 아이가죽은지겨우한달,그러나천년이나된듯한긴날이었다.진영은가만히눈을감는다.진영의귀에조수(潮水)처럼밀려오는것은수술실속의아이의울음소리였다. 진영은벌떡자리에서일어나술병을들이켠다.잠이오지않을때마셔보라고동무가보내준포도주였다. 이불위에엎드린진영은여울처럼멀어지는수술실속의아이의울음소리를듣는것이었다. 어떻게해서잠이든다.진영은꿈속에서희미한길을마구쏘다니며아이를찾아헤매다가붕대를칭칭감은눈도,코도,입도,보이지않는아이모습에소스라쳐깬다.흠씬땀에젖은몸이가늘게떨고있었다. 별안간무서움이쭉끼친다. 비가멎은새벽이창가로부터서서히방안으로스며들고있었다. 허공을보고있는진영은왜무서움을느끼는지알수가없었다.아이가이미유명(幽冥)의혼령이기때문인지도모른다.그렇다면이렇게서글픈인간관계가어디있겠는가.진영은구역이나올정도로자기자신이싫었다. 성당의종소리가멀리서들려온다.요다음주일날에는꼭나를성당에데려가달라고갈월동(葛月洞)아주머니에게부탁을한일이생각난다.바로오늘이그주일날이다. 갈월동의아주머니는약속한대로여덟시가못되어서왔다.아주머니는옛날에죽은진영의칠촌아저씨의마누라였다.자식도없는그는아주독실한천주교(天主敎)의신자였으나근래에와서계로인해서상당히말썽을빚었다.진영이만해도그짤짤끓는돈으로겨우다넣어온이십만환짜리계를소롯이포기하고말았던것이다.그만큼계주를한아주머니의사정이핍박했던것이다. 매미날개같이손질을한모시옷을입은아주머니는울고불고하는어머니를위로하는데아주머니가말할적에는금으로씌운송곳니가알른알른보였다. 어머니는아는사람을보기만하면언제나손을잡고손자를잃은하소연을했다.진영은그러는어머니가싫었지만,그러나딸하나를믿고산어머니가여러가지면으로서러운위치에놓인것은사실이다.  "우시지마세요,형님.산사람생각도하셔야지.진영의마음이오죽하겠어요?이러지마세요.그리고살아갈길이나생각합시다." 진영이실직을하고있는형편이라살길도막연하긴했다. 아주머니는갖가지말로어머니를달래다가풀어진고름을여미여(아주머니는적삼에도반드시고름을달았다).  "우리어디사는대러살아봅시다……그리고나도생각하고있었어요,형님돈만큼은돌려드리려고.원금만이라도요……" 어머니의얼굴이좀밝아진다.진영은잠자코양말을신고있었다. 세사람은거리에나왔다.아침이라가로수가서늘했다. 본시불교도인어머니는성당으로가는것이마음에꺼렸으나,그러나아무래도좋았다.의사는항상딸에게있는것이었으니까……. 아주머니는진영의양산밑으로바싹다가오면서소곤거리기시작한다.  "천주님이계신이상우리는불행하지않다.천주님이너를사랑하기때문에이런기회를주어너를부르신거야.모든것이다허망한인간세상에다만천주님만이빛이된다." 신자이면누구나할수있는똑같은말을아주머니는말했다. 진영은땅을내려다본채,  "지가구원을받자고가는건아니에요.천당이있어서그곳에문수가놀고있거니,그렇게생각하고싶어서"  "그래,천당갔다.그렇게착한아이가……아암행복하게꽃동산에서놀고있고말고" 연장자(年長者)답게위로하는것이었으나말투가너무어수룩했다.  "아무리꽃동산이래도그애는외로울게요.엄마생각이날거예요." 진영은혼자중얼거리며하늘을보았다.너울처럼엷은구름이가고있었다.  "그런소리말고영세나받도록해.상배(相培)도영세를벌써받았어." 아주머니의목소리는먼지평선(地平線)에서울려오는것같았다.진영은기계적으로,  "그무신론자가……영세를……?"  "그애도요즘심경이많이변했어." 분냄새가엷게풍겨온다.진영은금니가알른알른보이는아주머니의입매를물끄러미쳐다본다. 상배는아주머니댁에하숙한대학생이다.지나간봄에만해도그는  "아주머니요,예수가물위로걸었다캤능기요.하핫핫!아마예수는왼발이빠지기전에오른발을올렸고,오른발이빠지기전에왼발을올렸던가배요.하하핫……." 그런부산사투리의조롱이자기딴에는아주신통했던지상배는콧마루를벌름거리며웃었던것이다.진영이그것을생각하는동안아주머니는손수건으로땀을닦으며,  "그애도우리집에서쉬이옮기게될거야.아버지가사업때문에서울로오신다니까……그래서나도그애가나가기전에영세받도록하려고……." 부드러운목소리였다. 그들이성당앞까지왔을때은행나무에자잘한햇빛이부서지고있었다.뜰에는연분홍빛글라디올러스가피어있었는데진영은불교의상징인연화(軟化)를왜그런지연상했다.그리고엉뚱스럽게그꽃들이자아내는서양과동양의거리를생각해보는것이었다.막연한생각이다.그러나다음순간진영은얼떨떨하게자기의마음을더듬었다.문수를위하여신을뵈러온마당에서아무런경건함도없이이렇게냉정히사물을헤아리고있었다는것을,그것을다만시각(視覺)에서온하나의자연발상(自然發想)이라고만할수있을것인가.그렇지않다면내슬픔속에그만큼여유가있었다는말인가.진영은문수에게부끄러웠다.미안했다. 진영은땀에젖은분냄새가풍겨오는아주머니의젖가슴을무심히바라보았다. 나무그늘아래아이들이모여있었다.그옆에는중년남자한사람이십자가,성경책같은것을노점처럼벌여놓고팔고있었다.진영은어느유역의이방인(異邦人)인양그런광경을건너다보았다.분위기에싸이지않는마음속에는쌀쌀한바람이일고있었다. 진영은성당안으로들어갔다.아주머니는신발을책보에싸면서,  "주로아이들을위한미사시간이돼서시끄러워.다음엔일찍와요." 진영은아주머니의말보다거추장스럽게신발을싸들고가는신자들의모습에눈이따라가는것이었다.진영은문득,예수사랑하려고예배당에갔더니눈감으라해놓고신도둑질하더라,그런야유에찬노래를생각했다.그러나진영은곧형용할수없는두려움을느꼈다.신전(神殿)에서신을모독하다니--그런죄악의식에쫓기며진영은아주머니의뒤를따랐다. 얼마후에미사는시작되었다.  "가엾은나의아들문수를위하여기도를올리나이다.진심으로……진실로비나이다.그고통으로부터놓이게하시고,어린영혼에게평화가있기를……." 진영은눈은감고그런말을중얼거렸다.그러나마음한구석에있는헤살군의속삭임이더집요했다.헤살군은속삭인다.문수는죽어버린것이다.아주영영없어진것이다.진영은눈앞이캄캄해오는것을느낀다.헤살군은속삭이다.칼끝으로골을짜개서죽여버린것이다.무참하게죽여버린것이다. 진영은눈앞에시뻘건불덩어리가굴러가는것을본다.헤살군은자꾸만속삭인다.어둡고침침한명부(冥府)에서압축한듯한목쉰아이의울음소리,진영은땀을흘리며,눈을떴다.코앞에닿은어머니의머리에서땀내가뭉클풍겨온다.현기증을느낀다.신자들이머리에쓴하얀미사포가시계(視界)와의식을하나로표백(漂白)시켜버리는것이었다. 얼마동안이지났는지진영은고개를돌렸다.구제품이정렬한듯한성가대(聖歌隊)의아이들이눈앞에나타났다.아이들의각색의음계가합한성가는바람을못마신오르간의잡음처럼진영의귓가에울렸다.이속에서무릎을꿇고앉았을을씨년스런자기자신의모습,진영은그것이얼마나어설픈위치인가를깨닫는다. 진영은다시눈을감았다.그러나자기자신이미웠다.결코자기라는의식을버리지못하는것이미웠던것이다.진영은어떻게해서라도객관적인자기의식으로부터벗어나고싶었다.진영은잃어진낭만(浪漫)을찾아보듯이신과문수의죽음이동렬(同列)의신비(神秘)라는것,그리고아무도신과죽음을비판할수없다는것,그것은사실이라생각했다. 진영이처음성당에나가려고결심했을때그것이가공에설정된하나의가장일지라도다만문수를위한다는명목만으로자신이야피에로도오똑이도될수있으리라생각했던것이다.그러나의식적인맹목(盲目)은끝내맹목일수없었다. 미사가거의끝날무렵이었다.진영은긴작대기에다연금(捐金)주머니를여민잠자리채같은것이가슴앞으로오는것을보았다.아주머니가성급하게돈을몇닢던졌을때,잠자리채같은연금주머니는슬그머니뒷줄로옮겨가는것이었다.진영은구경꾼앞으로돌아가는풍각쟁이의낡은모자를생각했다.그런생각을계기로하여진영은밖으로나와버렸다. 진영은나무밑에주저앉아서성당에서나오는어머니의빨간눈을보았다.문수또래의아이들이신발을신으며나오는것도보았다. 여름햇빛아래서있는성당이가늘게요동(搖動)하고있는것같이진영에게는느껴졌다. 아침부터진영은마루끝에멍하니앉아있었다.갑갑하게그러지말고밖에라도좀나갔다오라는어머니의말이도리어비위에거슬려진영은이맛살을찌푸리며머리를부여안는다. 갑갑한때문만이아니다.진영은일자리를찾아밖에나가야하는것이다. 진영은머리를부여안은채도대체어디를가야하며누구에게매달려밥자리를하나달라고하겠는가,더군다나폐까지앓고있는내가--진영은문수를생각했다.살겠다고버둥대는어머니와자기의모습이한없이비루하게느껴지는것이었다. 마당에는대낮햇빛이쨍쨍쏟아지고있었다.그늘이짧아진쌍나무의둘레로잉잉거리고다니던파리떼들이진영의얼굴위에몰린다.어머니는장독대옆에서빨래에풀을먹이고있었다.넓적한해바라기잎사귀사이의그찌드른옆얼굴을바라보는진영은바다에떼밀려다니는해파리를생각했다.그렇게둔하면서도산다는본능만은가진것,그저산다는것,진영은어머니에대한잔인한그런주시를더이상계속할수가없었다.진영은성가시게구는파리를쫓으며마룻바닥에드러눕는다. 하늘이파랬다.구름이둥둥떠내려가는것이었다.그러나하늘이갑자기바다같이느껴졌다.구름은바다위로둥둥떠내려가는해파리만같았다.진영이자신이누워서하늘을보는것이아니라어쩌면엎드려서바다를내려다보는지도모른다는그러한착각이든다. 해가서쪽으로좀기울었다.쌍나무의그늘이두서너치나늘어난것같다.진영은몸을왼쪽으로돌려서마루밑의땅을내려다보고있었다. 문이삐걱하더니열린다.땅을복있던진영의눈에우선사람의그림자가먼저들어왔다.그림자를따라천천히눈을치떴을때그곳에바랑을짊어진신중이서있었다.초현실파의그림같이그림자를밟고선신중의소리없는기다란모습. 드디어합장을하고있던신중이입을열었다.  "아씨!" 완전히조화를깨뜨린소녀와도같이카랑카랑하게맑은목소리다.바랑에휘인어깨는아무래도사십고개일터인데--신중은부스스일어나서가만히쳐다보고만있는진영의형용할수없는어두운눈빛에지친다. 마침앞치마에손을닦으며나오는어머니를본신중은잠시숨을돌이킨듯이,  "마나님!" 의연히맑은목소리다. 어머니는마루끝에주저앉으며긴한숨을쉰다.  "이날까지부처님을섬기고잘살적에는절마다불을켰건만무슨소용이있읍디까.공든탑이무너지지않는다는말도헛말이더군……." 바야흐로아이가없어진하소연이시작되는것이다.판에박은듯한푸념이언제그칠지모르겠다.눈을끔벅거리며말할기회만노리던중이드디어어머니의말허리를꺾어버린다.  "……아이딱하기도해라.그러게말이유……그렇지만시주하십사고온게아니라……행여쌀을살려나해서……아아주무거워서요……" 그런구슬픈이야기보다빨리거래부터하고싶다는표정이다.진영은값싼동정까지도인색해진세상이되었다는생각을했다.동정을바라는어머니가밉기보다딱한생각이들었다. 아직도말이미진한어머니는좀어리둥절한얼굴이다.  "무거워서어디가져갈수가있어야지요.좀짐을덜고갈려구요." 신중은마루끝에바랑을내리며의사를거듭표시한다.그제야중의수작을알아차린어머니는여태까지의감정은일단수습하고치마밑을추키며재빨리응수다.  "우리도됫쌀을팔아먹으니기왕이면사지요.되나후히주세요." 중은바랑을끌러놓고쌀을되기시작한다.어머니는몹시쌀되가야위다고보채고중은됫박위에다쌀을집어얹는어머니의팔을떼밀며그러지말라고한다.그러면서도그럭저럭거래는끝난모양이다. 셈을마친어머니는인사로,  "시님이계신절은어디지요?"  "네?아아네.바로학교뒤에있는절이지요." 학교뒤라면쌀을팔고갈정도로먼곳은아니다. 중이가고난뒤어머니는무슨생각에잠긴듯이우두커니서있었다.  "이애진영아" 나직이부른다.진영은대답대신어머니의눈을본다.  "문수를그냥둘라니이리가슴이메인다.이렇게흔적없이두다니……절에올려주자" 어머니를쳐다보고있는진영의시선은그대로고정되어있었다.  "절도가깝고신당이니만만하고……세상에너무가엾어.아무래도혼백이울면서떠돌아다니는것같아잠이와야지" 진영은고개를돌려장독대의해바라기를바라본다. 한참만에,  "그런데왜그리중을장삿군대접을했어요?아이를부탁할생각을했으면서……" 진영의신선은여전히해바라기에있었다.자기가하는말에도별반흥미를느끼고있는것같지않았다.  "아따,별소릴다하네.공은공이고신은신이지.하기야뭐시주받은쌀팔고가는그게진짜중인가?" 진영은그러는어머니가미웠다.  "그럼왜그런중이있는절에갈려구해요?"  "누가중보고절에가나?부처님보고가지" 진영은잠자코옳은말이라생각했다.그와동시에며칠전에아주머니가우선쓰라고돈이만환을주면서성당에나가지않는진영을나무라던일이생각났다.이렇게절에갈것을동의하고보니,왜그런지아주머니에대하여변절(變節)을한듯미안하다.그리고돈만하더라고당연히받을돈을받았건만다른사람들에게베풀지않았던호의가빚이되는듯싶다.훨씬표현적(表現的)이다.적어도돈만낸다면절에서는문수를위한단독적인행사(行事)도해주기마련이다. 진영은자리에서후딱일어섰다. 해가서산에아주기울었다.거리로나왔다.진영은약국에서스트렙토마이신한개를사들었다.내낸다니던Y병원에는아무래도가고싶지않았기때문에약을산것이다.갈월동의아주머니는Y병원의의사가같은신자니믿고다니라고했다.그러나여태까지주사분량인한병에서겨우삼분지일만놓아주고있었던것을알게되었다.그것을안이상그병원에다시갈수는없었다. 약병을만지며길위에한동안서있던진영은집근처에있는S병원으로들어갔다.이웃이기때문에의사와안면쯤은있었다.그러나S병원은엉터리병원이었다. 진영은모든것이서툴러보이는갓데려다놓은듯한간호원을불안스럽게쳐다보며약병을내밀었다.진찰도하지않고주사만맞으러오는손님을의사는언제나냉대한다.그래서진영은애당초의사를보지도않았다.그러나환자를진찰하고있던의사가뒤로고개를돌렸을때진영은놀라지않을수가없었다.의사가아니었다.그나마도근처에사는건달이었던것이다.진짜의사는그때야서류같은것을들고안에서분주히나오더니바쁘게밖으로나가버리는것이었다.청진기를든건달을진영의눈살에켕겼는지우물쭈물해치우더니간호원에게,  "폐니시링이그람!" 하고밖으로슬그머니사라진다. 페니실린이라면병명을몰라도만병통치약으로건달은알고있었던모양이다. 진영이멍청히섰는데간호원은소독도안한손으로아주서툴게마이신을주사기에다뽑고있었다.진영이정신을차렸을때주사기에들어가고있는액체가뿌옇게보였다.약이채녹기도전에주사기에다뽑은것이다.진영은더참지못했다.  "안돼요,녹기도전에.큰일날려구!" 앙칼지게소리치며진영은약병을뺏어서흔들었다. 페니실린을맞으려고기다리고앉았던낯빛이노란할머니가주사기를들고엉거주춤하니서있는간호원을불안스럽게보고있다. 병원문을나섰다.이미밤이었다. 아까,<큰일날려구>하면서,약병을빼앗던자신의모습이어둠속에둥그렇게그려진다.참목숨이란끔찍이도주체스럽고귀중한것이고--몇번이나죽기를원했던자기자신이아니었던가. 진영은배꼽이터지도록밤하늘을보고웃고싶었다.그러나웃음이터지고마는순간부터진영은미치고말리라는공포때문에머리를곡감쌌다.사실상내가미쳤는지도모른다.모든일은미친내눈앞의환각(幻覺)인지도모른다.지금은밤이아니고대낮인지도모른다. 진영은머리를꼭감싼채집을향하여달음박질을쳤다. 밀짚모자를쓴냉차(冷茶)장수가뛰어가는진영의뒷모습을얼없이바라본다.달무리진달이불그스름했다.비라도쏟아질듯이뭉뭉한더운바람이불어왔다.진영의어머니는쌀을팔러온중이가고난뒤백중날을기다렸다.백중날은죽은사람의시식(施食)을하기때문이다. 백중전날에어머니는문수의사진고돈이천환을가지고절에가서미리연락을해두었다.그래서다음날아침에는날이원해지자진영이도과실바구니를들고어머니를따라집을나섰던것이다. B국민학교를돌아약간비탈진길을올라서니이내절안마당이보였다.백중맞이를하느라고한창바쁜절에는동네아낙네들이와서일을거들고있었다. "아이구정성도지극해라.이렇게일찍부터……" 어머니는눈에손수건부터가져간다.  "스님,우리아이천도좀잘시켜주세요.부탁입니다.너무가엾어……." 콧물을짠다.어젯저녁에실컷어머니의설움을들었을주지중은새삼스럽게그말이탐탁해질리가없다.주지중은극히사무적으로,  "그런데첫째로하갔다던서장부인이아직두안오시니어떡허나" 잠시생각에잠긴다. 무슨서장인지알수는없으나이절에있어서대단히소중한손님인모양이다.어머니는비굴한웃음을띠면서주지중을쳐다본다.  "시님,그만우리아일먼저해주세요." 주지는한동안어머니를보고있더니,  "……그럼댁부터해드릴까……" 주지는그렇게작정하고마침지나가는중을부른다.  "아우님!" 아무님이라고불린신중은돌아본다.얼굴이쪼글쪼글쪼그라진그신중은아직도팽팽한주지에비하여훨씬더늙어보인다.게다가표정마저앙상하다.  "어젯저녁에이천환낸분인데아직서장댁이안오시니우선하나라도먼저끝내지요." 주지의말투는상대방의의견을존중하는것이었다. 늙은중은대답대신진영의모녀를훑어보더니돈의액수가심에차지않아서무뚝뚝하게그냥가버린다. 진영과어머니는법당옆에서로등을보이고우두커니서있었다. 바라다보이는산마루에막해가솟고있었다.그영롱한아침을진영은벽화(壁畵)처럼감동없이대한다. 진영은최저의돈을내고첫째로하겠다고새벽부터온것이얼마나얌통머리없는짓이었던가를생각한다. 공양을들고젊은중이온다.  "여보세요,그키큰스님은안계시나요?" 어머니는쌀을팔러온중을두고묻는말이다.  "그이는절에잘붙어있지않아요." 젊은중은간단히대답하고법당으로들어간다. 곧시식불공이시작되었다.진영은늙은중이목탁을두드리며조는듯한염불을시작하자적잖게실망했다.몸집도크고목소리도우렁찬주지중이아니었던것이섭섭했던것이다.기왕이면굿잘하는무당으로--하는따위의기분이었다. 중은염불을하면서열심히절을하고있는어머니옆에멍청히섰는진영을흘겨본다. 보라빛깔의원피이스를입은진영의허리는말할수없이가느다랗다.핏기없는얼굴에는눈만검다. 중은여전히마땅치않게진영을흘겨본다.진영은중의눈길을느낄적마다재촉을당한듯이어색하게엎드려절을했다.진영은중의마음이염불에있지않고,잿밥에있다는속담같이지금저중의마음도염불에있지않고절에와서예배를하지않는내태도에있다는것을생각한다.진영은중과무슨대결이라도한듯이점점몸이피로해지는것이었다.얼마동안이지난것같았다.주지중이씨근벌떡거리며법당으로쫓아왔다.  "아우님빨리하시오.지금막서장댁이오셨구려.대강대강하시오." 주지는법당구석에걸어둔먹물들인모시장삼(長衫)을입으며서두르는것이었다.늙은중은불전(佛前)에서영전(靈前)으로자리를옮긴다.제대로불경이나끝마쳤는지의심스러웠다.아까공양을나르던젊은중이이번에는널따란그릇을들고들어온다.그는진영의모녀를돌아다보며,영가앞으로오라고손짓한다. 진영은문수의사진이놓인앞에가서엎드렸다.차가운마룻바닥에처음으로뜨거운눈물이주체할수없을정도로쏟아지는것이었다.문수의손결이생생하게마음속에느껴진것이다.  "문수야,많이많이먹어라.불쌍한내자식아!" 진영은어머니의목소리를이처럼슬프게들은적은없었다.어머니는향을꽂고빳빳한은행에서갓나온듯한십환짜리스무장을영전에놓았다.진영도일어서서향을꽂았다.그리고돌아섰을때중이목을길게뽑아가지고영전에놓인돈을기웃거리고있는모습을보았다.그빳빳한새돈은흡사백환권으로보이는것이었다.진영은송구스런생각에서고개를푹수그리고말았다. 그릇을들고온젊은중이돈을옆으로밀어놓으면서시무룩하게, "영가노자가너무적군요.이세상이나저세상이나그저돈이있어야지동무하고쓰고놀다가돌아가지않겠어요?」 진영은머리속에피가꽉차오는것을느낀다.돈을그렇게밖에준비하지못한어머니의인색함을격심히저주하는것이었다. 젊은중은들고온그릇에다영가앞에차린음식을조금씩덜어놓는다.나물,떡,자반,과실,그렇게차례차례손이간다.마침먹음직스런약과에손이닿자별안간목탁을치던중이,  "그건그만두구려!" 바락소리를지른다.젊은중은진영을힐끗보면서총총히바깥시식들(施食石)로음식을버리러나가는것이었다. 진영은기가막혔다.처음부터거래임에는이의가없었다.그러나이쯤되면어지간한감정도폭발아니할수없었다.진영은양손으로얼굴을푹쌌다.울음이터진것이다.누구에게도향할수없는역정을그는울음속에다내리퍼부었다.울음속에그목을감던문수의손결이느껴진다.미칠듯한고독과그리움이치솟는것이었다. 음식을버리고돌아온젊은중은과실을모으며,  "이걸가져가셔야지.보자기를……" 하며,어머니를돌아본다.진영은새빨갛게충혈된눈으로젊은중을노리며,  "일없소.그만두시오." 진영의목소리는악을쓰는것같았다.일을다미치고법당밖에나온늙은중이,  "왜가져온걸안가져가슈." 쳐다보지도않는진영이대신어머니가,  "뭐그걸……." 진영의얼굴을어머니는숨어본다.늙은중은침을꿀꺽삼키며,  "댁같으면중이먹고살갔수." 진영의눈이번득였다.  "조반을자셔야할턴데너무일러서찬이제대로안됐어요.좀기다리실까요." 젊은중은그런말을남기고가버린다. 진영은법당축돌위에주저앉았다.<이세상이나저세상이나그저돈이있어야지요>하던말이되살아온다.물론처음부터거래였다.그렇다면화폐(貨幣)의액수에따라문수에대한추모의정이계산(計算)된단말인가.진영이그러한울분에젖어있을때말쑥하게차려입은그서장은부인인듯싶은젊은여인이주지중에게인도되어법당으로들어가고있었다.잠깐;후불경읽는소리가쩌렁쩌렁하게밖으로흘러나왔다.잠들었던부처님이처음으로일어나서귀를기울일만한뱃속에서밀어낸목소리였다.진영은발딱일어선다.  "어머니,그냥갑시다." 밥을얻어먹으려절에온것은분명히아니다.그냥걸어가는진영을만류못할것을아는어머니는뜰에서성거리고있는늙은중에게  "그만갈랍니다,시님."  "이크,아침이나잡수시지……갈려오?" 굳이잡지는않았다.그는절문까지전송을하며,  "당신네들같으면중이먹고살갔수." 진영은울화보다어처구니가없었다. 내리막길에서잡풀을뽑으며진영은말없이울었다.여비도떨어진낯선여관방에다문수를혼자두고가는것만같은생각이자꾸드는것이었다. 진영은불덩어리같은이마를짚는다. 한여름내내진영은앓았다.애당초극히경미하게발생한폐결핵이전연방치되었기때문에점점악화되어갔던것이다.뿐만아니라다른병까지연속적으로병발하는것이었다.찬물만마셔도배탈이났다.눈병이나고입이부르트고하는것은일쑤였다.앓다못해귀까지앓았다.그리고수년내로건드리지않고둔충치가일시에쑤시어밤낮을가리지않고욱신거렸다. 진영은진실로하나의육신이해체(解體)되어가는과정속에서몸서리치는무서움을느꼈다.그것은마치쨍쨍하게내리쬐는햇볕아래늘어진한마리의지렁이같은생명이었다. 이러한육신과더불어정신도해체되어가는과정속에진영은있었다. 밤마다귓가에울려오는아이의울음소리,산이,언덕이,집이무너지는소리,산산이바스러진유리조각이수없이날아와서얼굴위에박히는환각,눈을감으면내장이터진소년병의얼굴이,남편의얼굴이,아이의얼굴이,분홍빛,노랑빛,파랑빛,마지막에는시꺼먼빛,그런빛깔로차례차례뒤덮여가면은드디어무한정한공간이안개처럼진영의주변을꽉싸는것이었다. 소리와감각과색채이러한순서로진영의신경은궤도에서무너져나갔다. 진영은그이상견딜수가없어서내버려두었던몸을끌고H병원으로갔다.그러나그곳에도일주일이멀다고가는것을그만중지하고말았던것이다. 얼마남지않은돈을생활비에나써야한다는이유도있었다.그러나직접의동기는외국제주사약의빈병들을팔아버리는장면을본때문이다. Y병원에서는주사약의분량을속였고,S병원은엉터리였다.그리고H병원에서는빈약병을팔았다. 진영은간호원이빈병을헤아리고있을때직감적으로가짜주사약생각을했던것이다.그러나H병원만이빈약병을파는것은아니다.또그빈병만하더라도,반드시가짜약병으로사용된다고말할수도없다.잉크병으로,물감병으로,혹은후춧가루병으로흔히이용되고있다.그렇지만사실거리에는가짜주사약이범람하고있는것이다.상인들은의연히그런가짜를진짜속의진짜라고나팔불었다.진영은그것을생각하니인술이라는권위를지닌의사가그런상인따위들같아서신뢰감이사라지는것이었다.물론아무리대수롭잖은빈병일지라도그것은전연그의사의소유이며,처분의자유는그의기본권리에속한다.그래도진영은그의기본적권리보다무수히마치페스트처럼눈에보이지않게만연(蔓延)되어가는가짜주사약생각만하는것이었다. 해바라기의꽃이씨앗을안았다. 며칠전에아주머니가원금만은돌려주겠다던약속대로마지막남은만환을가지고왔다.이것으로원금십만환은다받은셈인데조금씩보내준돈은지금집에한푼도있지않았다. 아주머니는돈을주고난다음가려고일어서면서문수의위패(位牌)를절에다모신데대한불만을했다.그리고왜그런우상을숭배하느냐고나무라는것이었다.진영은어느것이면우상이아니냐고말하고싶었으나,곧말하고싶은충동을억눌러버리고,그저멍멍히아주머니를쳐다보았던것이다.자기자신이지닌모순을설명할도리가없어서그랬던것이다. 추석날이었다. 진영은어머니가절에가는것을말리지않았다.도리어정성을들여서사다놓은실과를바구니에차곡차곡넣어주었다.배,사과,포도,밤,대추,먹음직한과자도서너가지있었다. 어머니가바구니를들고걸어가는뒷모습을문앞에서바라보고섰던진영은,<당신네같으면중이먹고살갔수>하던말이문득생각났다.문수가먹을것을중이먹다니아깝다.밉살스럽다.그러나진영은다음순간부끄럼때문에얼굴이붉어졌다.이러한파렴치한생각을내가왜했던고……. 진영은문을걸고뒷산으로올라갔다.울고싶었고,외치고싶은마음에서였다. 산에는게딱지만한천막집이군데군데서있었다.꽃한송이나무한뿌리볼수없는이곳에는벌써하나의빈민굴이형성되어말이산이지이미산은아니었다. 짜짜하게괸샘터에서물을긷는거미같이가는소녀(少女)의팔,천막집속에서내미는누렇게뜬얼굴들--진영은울고싶은마음에서집을나와산으로올라온자기자신이여기서는차라리하나의사치스런존재였다는것을뉘우친다. 진영은한참올라와서어느커다란바위에가서앉았다. 산등성이에서바라다보이는시가(市街)는너절했다.구릉을지은곳마다집들이마치진딧물모양으로다닥다닥붙어있었다.그속에는절이있고,예배당이있고,그리고서양적인것,동양적인것이과도기(過渡期)처럼있고,조화를깨뜨린잡다한생활이있었다. 이러한도시(都市)속에꿈이있다면그것은가로수(街路樹)라고나할까!보랏빛이서린먼산을스쳐가는구름이라고나할까. 진영은얄팍한턱을괸다. 꿀벌처럼도시의소음이귓가에울려오는데고급승용차가산장(山莊)이있는고개로미끄러지고있었다.진영은산등성이에서그것을보니그것은별것이아닌한마리의딱정벌레같은것이라생각한다.꼬불꼬불기어가는딱정벌레. 진영은새삼스레사방을두리번거렸다.무의미하기짝이없는충동들이다.그래서어쨌단말인가.진영은이유없이자기를다잡아보았다.사실그러했다.그래서어쨌단말인가,딱정벌레같아서어쨌단말이가,진딧물같고,가로수,구름,그래서…… 진영은머리를쓸어올린다. 모든괴로움은내속에있었다.모든모순도내속에있었다.신도,문수의손결도내속에있었다. 그러나그것은아무곳에도실제있지는않았다.나는창기처럼절조없이두신전에참배했다.그리고제물과돈을바쳤다.그러나그것역시문수와나의중계를부탁한신에게주는수수료(手數料)였는지도모른다.그수수료는실제에있어서중의몇끼의끼니가되었다.결국나는나를속이려고했고,문수는아무곳에도있지않았을것이다. 진영은이마위에흘러내리는숱한머리를다시쓸어올린다.파르스름한손이투명할지경이다. 신비라고,예고라고,꿈,아니야그것은우연의일치였지,문수의죽음,그것은두말할것도없이인위적인실수아니었던가.인간은누구나나이들면죽는다고?물론죽는게지,노쇠해서죽는거지……설령아이가그대이미죽을목숨이었다고치자.그래도그렇게죽이고싶지는않았다.도수장의망아지처럼……사람을,사람을좀미워해야겠다.있는지도없는지도모르는신을왜생각은해.아니아까는없다고하고선……아니야모르겠어.사람을,사람을좀미워해야겠다.반항을해야겠다.모든약탈적인살인자(殺人者)를저주해야겠다. 진영은술이라도마신사나이처럼두서도없는혼잣말을언제까지나중얼거리고있었다. 진영의해사한얼굴에그늘이진다.한없이높은가을하늘에구름이지나가는것이었다.시가에는마치색종이를찢어놓은것같이추석치레가오가고있었다. 진영의열에들뜬눈이그것을쳐다보며일어선다.그에게는이미반항정신도,아무것도없었다. 허황한마음의미로(迷路)가끝없이눈앞에뻗어있을뿐이었다. 진영은버릇처럼머리를쓸어올리며,산을내려온다.천막집에서누렇게뜬얼굴들,진영은또다시이곳에있어서는내자신이차라리하나의사치스런존재라는아까의뉘우침을되풀이하는것이었다. 음력설이임박해진추운날,갈원동아주머니가목도리를푹뒤집어쓰고찾아왔다.웬일인지몸가짐이평소보다좀산란해보였다.  "나의논할게좀있어서왔는데……참기가막혀서……."  "……?" 아주머니는말을꺼내기가거북한듯이가만히앉았다가,  "저,말이야,돈을좀빌려준사람이죽었구나.어떻게해?" 진영은의심스럽게아주머니를쳐다본다.  "지난오월달에가져간돈을이자한푼못받고그만……." 진영의변해가는표정을보고아주머니는입을다물어버린다.오월이면진영의곗돈을찾을달이다.그리고계가끝나는달이기도했다.그것뿐이아니다.벌서몇달전부터곗돈을받으려고몸이달아서다니던사람이몇명이있었던것이다.  "빌려준돈이얼마나돼요?" 진영은처음으로입을열었다.  "오십만환이야." 진영은속으로놀랐다.계를해서빚만뒤집어쓴줄알았는데그런대금의비밀거래를하고있었다는것은무엇을의미하는것일까? 진영은차갑게아주머니를쳐다본다. 아주머니는눈물을글썽거리며,  "자식도,남편도없는내겐그것만이남겨진것이었어.낸들얼마나돈을떼었니?설마내가잘되면빚이야갚고살겠지만,그때그돈마저내주게되면난아주영영파멸이지." 진영은어디밑천든장사였더냐고오금을박아주고싶었다. 아주머니는한참만에눈물을닦고일의경위를설명하기시작한다.그내용인즉죽은사람은돈을쓴회사의전무였으며,오월달에빌어간오십만환의이자라고는한푼도받아본일이없었다는것이다.불안해진아주머니는전무에게원금을뽑아달라고졸랐으나영내놓지않아서생각다못해같은신자에게의논을했더니그이의남편인김씨가일을봐주겠노라하기에일을맡겼다는것이다.그김씨란사람이수단이비상하여마침내사장명의로된약속어음을받게되고,그며칠후에전무는교통사고로죽은것이라한다. 사장명의로된약속어음을받은것은무엇보다도다행한일었으나,웬까닭인지심씨란사람이약속어음을도무지주지않고무슨협잡을하는지알수없다는것이다.그렇다고해서그를의심한다거나비위를거슬러놓는다면돈준사람도없는지금,여자인내가어떻게사장이란사람에게받아낼수도없고,이렇게속이탄다고하면서아주머니는가슴을치는것이었다. 이야기를다들은진영은,  "대관절그전무란사람을어떻게알고서그런대금을주었어요?"  "저……저왜그상배있잖아,그상배아버지야."  "뭐예요?영세받았다는상배학생말이에요?" 아주머니는얼굴이빨개진다.진영은기가딱막혔다.그리고보니사업때문에상배아버지가서울로오게될거라고하던말이생각났다.  "사뜻하게종교를이용했군요." 아주머니는진영의눈길이부신듯이눈을내려깐다.  "글쎄지금생각하니모두가계획적이었어.영세받은것만해도……."  "신용보증으론종교보다더실한게있어요?" 아주머니는비꼬는진영의말에풀이죽는다.진영은풀이죽는아주머니로부터눈을돌렸다. 영세를받았기때문에믿고돈을준아주머니,신자이기때문에믿고일을맡긴아주머니,단순했다고할수밖에없다.그런생각을하면서진영은다시아주머니를쳐다보았다.그의약점을추궁할마음은이미사라지고없었다.  "그래서어떡허실작정이에요?"  "글쎄말이다.그래서의논이지."  "지생각같아서는김씨가일은봐주되어음은아주머니가가지시는것이좋을것이좋을것같아요."  "그렇지만어음은찾아간다고일을안봐주면?"  "그땐벌써그이에게딴야심이있었다고봐야지요」  "그럼김씨가일안봐줄적에너가좀협조해줄수있을까?여자혼자니아무래도호락호락보일것같아."  "글쎄……." 그런일에는아주딱질색이었다.그러나진영은약점을안후거절을해버리는것이무슨악마(惡魔)취미같아서아무렇지않는얼굴로,  "같이저도가지요." 그러자아무것도모르는어머니가점심을차려왔다.점심을먹으면서아주머니는한결마음이후련해졌는지여려가지잡담을꺼냈다.  "글쎄돈이있어도문제야.이제당초에겁이나서남줄생각이없어." 진영은무표정하게밥을삼키고,  "아무말씀마시고돈찾거든장사허세요.체면이고뭐고……저도자본이나장만해서장사할래요."  "너야뭐취직하면되지."  "취직이그리쉬운가요?하다안되면거리빵이라도구워팔아야지요."  "너야공부많이했으니까하려면취직못할것없잖아?난정작장사라도해야겠어.그러나돈벌이론계가제일이야.힘안들고……." 아주머니는숟갈을놓고성냥개비로이빨을쑤시면서말한것이었다. 진영은아무렴그렇겠지.그런베짱이면……하다말고아주머니의눈을들여다본다.아무런악(惡)의그늘도없는맑은눈이었다.  "아무튼돈을벌어야해.돈이제일이야.세상이그런걸……." 이번의말투에는어느사인지모르게저지른자신의일에대한짜증과반발같은것이있었다.  "그럼.옛날속담말마따나자식을앞세우고가면배가고파도돈을지니고가면든든하다고안하던가." 어머니의맞장구다. 진영은가벼운현기증을느낀다.시야속에서그들의얼굴을지워버리듯이얼른고개를돌린다.  "형님,이래서천당가겠습니까?돈,돈하다가호호……." 아주머니는까르르웃으며일어서서장갑을낀다. 진영은그웃음속에서또불안과저포에대한반발을느낀다.진영은고개를들어아주머니를쳐다보았다.역시괴롭고고독한사람이고……. 아주머니가가버린뒤진영은자리에쓰러졌다.솜처럼몸이풀어진다. 진영은방안에피운구멍탄스토우브에서가스가분명히지금바에시고있는거라고생각한다.방안에가득히가스가차면나는죽어버리는거라고생각한다. 어느새진영은괴로운잠이드는것이었다. 내장이터진소년병이꿈에나타났다.진영은꿈을깨려고무척애를썼다.  "모래가명절인데절에도돈천환이나보내야겠는데……." 어렴풋이들려오는어머니의말소리다.진영은몸을들치며눈을떴다.  "귀신이나사람이나매한가진데……남들은다저몫을먹는데우리문수는손가락을물고에미를기다릴거다."  잠이완전히깬진영은벌떡자리에서일어났다.그는외투와목도리를안고마루에나와그것을감았다. 진영은부엌에서성냥한갑을외투주머니에다넣고집을나갔다.오랫동안마음곳에서만벼르던일을오늘에서야말로해치울작정인것이다.진영은눈이사복사복밟히는비탈길을걸어올라간다.진영은고슴도치처럼바싹털이솟은자신을느낀다. 목도리와외투자락이바람에나부낀다.그러면은참나뭇가지위에앉은눈이외투깃에날아내리는것이었다. 진영은절로가는것이다. 진영이절마당에들어갔을때,<당신네들같으면중이먹고살갔수>하던늙은중이막승방에서나오는도중이었다.절은괴괴하니다른인적기는통없었다. 진영은얼굴의근육이경련하는것을의식하며,중옆으로다가선다.  "저말이지요,저이들이이번에시골로가는데아이사진과위패를가지고가고싶어요." 고개를푹숙인채진영은나지막하게말한다.허옇게풀어진눈으로진영을쳐다보던중이겨우생각이난모양으로,  "이사를하신다고요?그럼어떠우.그냥두구려.명절에우편으로라도잊어버리지않으면되지." 진영은숙인고개를발딱세우더니옆으로홱돌리며,  "참견할것없어요.사진이나빨리주시오!" 쏘아붙인다.중은좀어리둥절해하더니무엇인지모르게중얼중얼씨부렁거리며법당으로간다. 이윽고중이문수의사진고위패를가지고나오자진영은그것을빼앗듯이받아들고인사말한마디없이절문밖으로걸어나간다. 화가난중은진영의뒷모습을꼬느어보다가중얼중얼씨부렁거리며뒷산으로간다. 진영은중에게화를낸것은아니었다.다만진영으로서는빨리사진을받아가지고절문밖으로나가고싶었던것이었다.그래서초조했던것이다. 진영은비탈길을돌아산으로올라간다.올라가면서진영은이리저리기웃거린다.어느커다란바위뒤에눈이없는마른잔디옆에이르자진영은그자리에주저앉는다.그리하여문수의사진과위패를놓고물끄러미한동안쳐다본다. 한참만에그는호주머니속에서성냥을꺼내어사진에다불을그어댄다.위패는이내사르어졌다.그러나사진은타다말고불꽃이잦아진다.진영은호주머니속에서휴지를꺼내어타다마는사진위에찢어서놓는다.다시불이붙기시작한다. 사진이말끔히타버렸다.노르스름한연기가차차가늘어진다. 진영은연기가바람에날려없어지는것을언제까지나쳐다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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